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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 리뷰 – 찬란하고 아릿한 첫사랑의 기억

by begin1004 2025. 5. 16.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제임스 아이보리의 각본, 그리고 안드레 아치먼의 원작 소설이 어우러진 걸작입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햇살 가득한 여름을 배경으로, 소년과 청년이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고 아파하는 과정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깊은 정서와 성장의 드라마를 담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사랑의 기쁨, 상실의 아픔,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내면이 담백하면서도 진하게 녹아 있습니다.

주인공 남자 두명이 서로를 기대고 생각하고 있는 사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기본 정보

  •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
  •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툴바그, 아미라 카사르
  • 장르: 드라마, 로맨스
  • 개봉: 2017년 (미국), 2018년 3월 (한국)
  • 러닝타임: 132분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줄거리 요약

1983년 이탈리아 북부의 어느 시골 마을, 17살의 엘리오는 고고학자 아버지와 번역가 어머니와 함께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 아버지는 연구를 돕기 위해 대학원생을 초청하는데, 그 해에는 24살의 미국인 올리버가 찾아옵니다. 올리버는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로, 처음에는 그와 거리감을 두던 엘리오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이끌리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급기야 뜨겁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그러나 여름이 끝나가듯, 그들의 관계도 이별을 향해 나아갑니다. 사랑의 감정과 함께 다가오는 상실의 아픔은 엘리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으며, 그는 이 사랑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 그 미묘한 시작과 깊은 감정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엘리오와 올리버 사이의 감정선이 너무나도 섬세하게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뚜렷하지 않지만 눈빛, 말투, 스쳐가는 손짓 하나하나에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실제 첫사랑의 경험처럼, 확신이 없고 두려움이 앞서며,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고 진실합니다.

특히 엘리오의 감정 변화는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처음에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이 점점 분명해지고, 고백을 주저하다가 결국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순간은 모든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성장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여름, 감각적인 영화미학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영화 전체가 하나의 풍경화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햇살, 나무 그늘, 고풍스러운 저택, 자전거 타고 달리는 시골길, 그리고 여름 과일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합니다.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된 카메라워크는 엘리오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음악 또한 이 영화의 정서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슈베르트, 바흐 같은 고전 음악부터 스피츠와 소피안 스티븐스의 감성적인 노래까지, 영화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관객을 감정의 흐름 속으로 이끕니다. 특히 소피안 스티븐스의 ‘Mystery of Love’와 ‘Visions of Gideon’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사랑과 상실, 그리고 받아들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사랑이 끝나고 난 이후의 감정입니다. 엘리오는 올리버와의 이별을 통해 처음으로 큰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와 마주합니다. 눈물을 참지 않고 흘리며, 마음을 닫지 않고 그 상처를 곱씹습니다.

엘리오의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해주는 대사는 많은 관객들의 가슴에 남았습니다. “사랑을 느꼈다면 그 감정을 아끼지 말고 기억해라. 아프더라도 그 감정은 너를 완성시켜준다.”는 메시지는 이 영화가 단순히 청춘의 사랑을 넘어서, 인간이 감정을 통해 성장한다는 진리를 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감정의 정직함과 영화의 여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인물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절제된 표현으로 전달합니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깊은 감정은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오가 벽난로 앞에 앉아 울먹이는 롱테이크는 감정 연기의 정점이라 할 수 있으며, 대사가 없이도 그의 내면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 영화는 한 편의 시처럼 잔잔하고 아름답습니다. 급변하는 사건 없이도 감정의 흐름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키고, 첫사랑의 찬란함과 아픔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나서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습니다. 마치 자신이 한때 그런 여름을 보냈던 것처럼, 어느 시절의 한 장면처럼 가슴 깊이 남습니다.

마무리하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성장의 기록이며, 기억의 축적이고, 감정의 진실함에 대한 찬사입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첫사랑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아련한 추억이 되지만, 그때의 감정은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꿔 놓습니다. 이 영화는 그러한 감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며,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인간을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그들이 공유했던 그 여름은 관객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말없이 다가와 큰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진짜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한여름 오후의 고백 같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