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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Once, 2007) 리뷰 – 거리의 선율이 빚어낸 사랑의 순간

by begin1004 2025. 5. 17.

『원스 (Once)』는 아일랜드의 거리에서 태어난 사랑과 음악의 이야기를 그린 독립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상업적인 블록버스터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거대한 스튜디오, 유명 배우, 화려한 특수효과 없이도, 『원스』는 오직 음악과 감정만으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실제 뮤지션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출연하여 만들어낸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과 음악의 순수성을 동시에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남녀가 악기를 들고 서로 마주보고 길을 걷고 있다.
원스

기본 정보

  • 감독: 존 카니 (John Carney)
  • 출연: 글렌 한사드, 마르케타 이글로바
  • 장르: 뮤지컬, 로맨스, 드라마
  • 제작국가: 아일랜드
  • 상영시간: 86분
  • 개봉년도: 2007년
  • 수상: 제8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Falling Slowly)

줄거리 요약

영화는 더블린의 거리에서 노래하는 한 남자(극 중 이름이 등장하지 않아 관객은 그를 그냥 '그'라 부릅니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낮에는 아버지의 진공청소기 가게를 돕고, 밤에는 거리에서 자작곡을 부르며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거리에서 우연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한 여인(‘그녀’)과 마주치며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그녀’는 체코에서 이주해온 싱글맘으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습니다. ‘그’와 ‘그녀’는 음악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며 함께 곡을 만들고, 음반을 녹음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각각의 현실적인 삶과 책임, 과거의 인연 속에서 그들의 관계는 순수하게 음악과 감정으로만 연결됩니다.

음악이라는 감정의 언어

『원스』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입니다. 대사보다 음악이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하는 이 영화는, 노래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닌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주인공들이 함께 부르는 대표곡 'Falling Slowly'는 영화의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명곡으로, 그들의 관계가 발전하는 순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기타 선율과 피아노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며 펼쳐지는 장면들은 영화의 전개와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주인공들의 진심 어린 연주와 노래는 관객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오며, 마치 그 순간 우리가 바로 그 거리에서 그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원스』는 그런 감정적 몰입을 가능케 하는 영화입니다.

사랑, 그러나 닿을 수 없는 감정

이 영화는 전통적인 로맨스의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와 '그녀'는 분명 서로에게 끌리고, 함께하면서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나 둘은 결국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이는 많은 관객에게 더 현실적이고, 더 아픈 여운을 남깁니다. 사랑이란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인생에 짧게 스며들었다가 떠나면서도 큰 의미를 남기는 관계도 사랑일 수 있을까요?

『원스』는 이 질문에 답을 주기보다는, 조용히 관객의 마음에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다가가지만 이룰 수 없고, 마음은 전해졌지만 서로의 인생에 영원히 남지는 않는 그런 종류의 사랑입니다. 오히려 그런 점이 이 영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일지도 모릅니다.

독립영화의 힘 – 진정성과 자연스러움

『원스』는 제작비가 15만 달러에 불과한 초저예산 독립영화입니다. 카메라의 화질은 다소 거칠고, 로케이션도 대부분 더블린 거리에서 촬영되었으며, 영화 전반에 걸쳐 자연광과 실내 조명이 그대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가 영화의 진정성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과하게 연출되지 않은 장면들, 배우들의 즉흥적인 감정 표현, 실제 거리의 소리까지도 영화의 일부가 되어 현실감을 극대화시킵니다.

또한 감독 존 카니는 뮤지션 출신답게, 음악과 영상의 조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며, 카메라는 이를 조용히 따라갑니다. 인물의 감정이 음악을 통해 표현되는 순간들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결말 – 현실과 이상 사이의 여운

영화의 마지막, '그'는 자신이 만든 앨범을 '그녀'에게 선물하고, 그녀는 새 피아노를 받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이 결말은 헐리우드식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아쉬움이야말로 이 영화의 정수입니다. 이들의 사랑은 짧았지만, 영혼을 울리는 선율처럼 오래도록 남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었고, 각자의 삶에서 다시 한 걸음을 내딛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가슴 속에 조용히 남아 오래도록 울림을 줍니다.

맺으며

『원스』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영화입니다. 크고 화려한 이야기 대신, 작고 조용한 순간들을 통해 우리 삶의 진실에 다가갑니다. 사랑, 꿈, 외로움, 그리고 음악.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누군가와 나눈 짧은 인연, 함께 부른 한 곡의 노래, 거리의 음악소리 같은 순간들이 우리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원스』는 그 자체로 한 편의 감성적인 음악이며, 마음을 울리는 진실한 이야기입니다.